시장 조사에서 경쟁사 표부터 만들면 놓치는 것: 고객이 이미 쓰는 ‘우회로’ 찾는 3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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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조사에서 경쟁사 표부터 만들면 놓치는 것: 고객이 이미 쓰는 ‘우회로’ 찾는 3단계

새 제품의 경쟁자는 비슷한 회사가 아니라, 고객이 오늘 버티기 위해 쓰는 기존 업무 방식일 때가 많습니다

Draftie·

초기 스타트업이 시장 조사를 시작하면 보통 경쟁사 리스트부터 만듭니다. 그런데 문제 정의가 아직 흐린 단계라면, 더 먼저 봐야 할 것은 경쟁사 숫자가 아니라 고객이 이미 문제를 견디는 방식, 즉 기존 업무의 우회로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우회로를 오늘 안에 찾고, 인터뷰로 검증하고, 제품 가설로 연결하는 순서를 다룹니다. 다 읽고 나면 Google Sheet 한 장으로 기존 대안 지도를 만들고, 누구를 먼저 만나야 하는지까지 바로 정할 수 있습니다.

단계 1. 경쟁사 목록 대신, 고객이 지금 문제를 처리하는 우회로를 적으세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먼저 “우리와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회사가 몇 곳인가”를 찾지 말고, 고객이 이 문제를 지금 실제로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1장에 적으세요.

초기 시장 조사에서 가장 자주 놓치는 부분이 여기입니다. 고객은 제품이 없다고 해서 문제를 안고만 있지 않습니다. 엑셀, 카카오톡, 이메일, 사람 손작업, 외주, 담당자의 기억력 같은 방식으로 이미 버티고 있습니다.

왜 이걸 먼저 봐야 할까요? 초기 제품의 첫 경쟁자는 대개 이름 있는 SaaS가 아니라 지금 돌아가고 있는 불편한 습관이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고통이 약하면 사람은 새 도구를 도입하기보다 기존 우회로를 계속 씁니다.

특히 3~5명짜리 팀이나 아직 매출이 크지 않은 팀은 더 그렇습니다. 시장 규모 보고서보다 실제 업무 현장의 우회로가 훨씬 빠르게 문제 강도를 보여줍니다.

방법은 단순합니다. Google Sheet를 열고 열을 5개만 만드세요. ① 문제 상황 ② 지금 쓰는 우회로 ③ 그 우회로를 쓰는 사람 ④ 들어가는 시간·비용 ⑤ 깨지는 순간입니다.

예를 들어 “발주 누락이 생긴다”라는 문제라면, 우회로는 “매일 오후 5시에 담당자가 엑셀과 메신저를 대조한다”일 수 있습니다. “고객 문의가 반복된다”라면 “CS 매니저가 자주 묻는 질문을 노션 링크로 수동 발송한다”가 될 수 있겠지요.

이때 중요한 것은 제품 언어를 쓰지 않는 것입니다. “자동화 수요가 있다”처럼 적지 말고, “매주 월요일 2시간씩 팀장이 수기로 취합한다”처럼 행동으로 적어야 합니다.

Paul Graham이 말한 초기 단계의 원리도 비슷합니다. 처음에는 스케일보다 실제 사람의 불편을 손으로 확인하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시장 조사는 넓게 보는 작업 같지만, 초반에는 오히려 좁고 구체적으로 봐야 합니다.

우회로는 보통 네 부류에서 나옵니다. 사람이 대신하는 방식, 범용 도구로 버티는 방식, 외주나 대행에 맡기는 방식, 아예 문제를 미루는 방식입니다.

기존 업무의 우회로를 찾을 때 먼저 보는 4가지
기존 업무의 우회로를 찾을 때 먼저 보는 4가지

여기서 한 가지를 더 점검하세요. 우회로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항상 좋은 신호는 아닙니다. 자주 쓰이지만 비용이 거의 안 들면 새 제품의 진입 장벽이 높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귀찮고 반복적이며 실수가 잦다면, 그 구간이 첫 진입점이 됩니다.

이 작업은 45분이면 충분합니다. 공동창업자가 있다면 각자 15개씩 적고, 15분 동안 겹치는 항목을 합치면 됩니다.

끝났는지는 이렇게 확인하면 됩니다. 우회로 항목이 최소 10개 나오고, 그중 7개 이상이 “누가, 언제, 무엇으로, 얼마나”까지 문장으로 적혀 있으면 초안은 통과입니다. 경쟁사 이름만 많고 실제 업무 장면이 안 보이면 아직 다시 해야 합니다.

단계 2. 인터뷰에서 의견이 아니라 최근 행동을 캐내세요

다음 단계로, 앞서 정리한 우회로를 들고 잠재 고객 5~7명을 만나 최근 1개월 안의 실제 행동을 확인하세요.

왜 인터뷰가 필요할까요? 책상 위에서 만든 우회로 가설은 절반만 맞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같은 엑셀을 써도 누군가는 큰 불편이 없고, 누군가는 그 엑셀 때문에 매주 야근을 합니다. 차이는 빈도와 비용에서 드러납니다.

여기서는 Rob Fitzpatrick의 Mom Test 원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됩니다. 아이디어 평가를 묻지 말고, 상대의 최근 행동을 물으세요. “이런 제품 쓰실래요?”가 아니라 “마지막으로 이 문제를 처리한 게 언제였나요?”가 맞는 질문입니다.

질문지는 6개면 충분합니다. “최근 2주 안에 이 문제가 있었나요”, “그때 누가 처리했나요”, “어떤 도구를 썼나요”, “몇 분이나 몇 시간이 들었나요”, “실수나 지연은 어디서 났나요”, “그 일을 아예 안 하면 무슨 일이 생기나요” 정도면 됩니다.

답을 들을 때는 형용사를 경계하세요. “불편해요”, “번거로워요”, “좀 아쉬워요”는 아직 약합니다. 대신 “매주 3번”, “승인 누락 2건”, “월 20만 원 외주”, “팀장 확인 4단계”처럼 숫자와 사례가 붙는 답을 붙잡아야 합니다.

인터뷰는 30분씩 잡으면 됩니다. 20분은 듣고, 마지막 10분에만 빈칸을 채우세요. 초반 20분에 설명을 많이 하면 상대가 여러분 가설에 맞춰 답하기 시작합니다.

메모 방식도 정해두는 편이 좋습니다. Notion이나 문서 앱보다 처음에는 표가 낫습니다. 행은 인터뷰이, 열은 문제 발생 빈도·현재 우회로·시간 비용·금전 비용·실패 결과로 두세요.

여기서 꼭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있으면 좋은 불편오늘도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전자는 관심은 많아도 도입이 느리고, 후자는 불만은 적게 말해도 실제 지출과 행동이 이미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의록 정리가 번거롭다”는 말만으로는 약합니다. 하지만 “영업 회의 후 담당자 3명이 각자 메모를 합쳐 CRM에 다시 입력한다”까지 나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이미 비용을 내고 있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AWS의 2025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와 여러 실패 사례 통계도 같은 점을 지적합니다. 시장 불확실성이 클수록 검증되지 않은 수요에 돈을 쏟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넓은 호감보다 좁은 행동 증거가 더 중요합니다.

이 과정은 반나절이면 됩니다. 인터뷰 섭외 30분, 5명 인터뷰 150분, 정리 60분 정도면 첫 판단이 나옵니다.

끝났는지는 이렇게 확인하세요. 인터뷰 5명 중 최소 3명에게서 같은 우회로가 반복되고, 그 우회로에 들어가는 시간이나 비용이 숫자로 적혔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좋아 보인다”만 많고 최근 행동이 안 나오면 아직 문제 검증 전입니다.

단계 3. 우회로가 가장 자주 깨지는 순간을 첫 제품 가설로 바꾸세요

이제 우회로 전체를 없애려 하지 말고, 그 우회로가 가장 자주 깨지는 한 순간만 골라 첫 제품 가설로 만드세요.

많은 팀이 여기서 범위를 넓힙니다. 엑셀을 대체하고, 메신저도 묶고, 승인도 자동화하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초기 스타트업이 처음 이겨야 하는 것은 전체 프로세스가 아니라 고객이 가장 자주 욕하는 1개 지점입니다.

왜 이렇게 잘라야 할까요? 우회로는 생각보다 강합니다. 사람들은 불편해도 익숙한 방식을 쉽게 버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부 더 좋다”보다 “이 한 단계는 확실히 덜 깨진다”가 더 빨리 팔립니다.

방법은 2x2로 정리하면 됩니다. 가로축은 문제 발생 빈도, 세로축은 실패 비용으로 두세요. 자주 일어나고, 한 번 깨질 때 손실이 큰 항목이 첫 타깃입니다.

예를 들어 우회로가 “담당자가 주문서를 메신저로 받고 엑셀에 옮긴다”라면, 첫 제품 가설은 “주문 접수 전체를 바꾼다”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메신저로 온 주문을 누락 없이 한 화면에 모으고 확인 이력을 남긴다”처럼 좁은 기능이 더 강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지불 의향도 가볍게 붙여보세요. “지금 이 문제를 줄이려고 돈이나 시간을 어디에 쓰고 있나요?”라고 물으면 됩니다. YC가 자주 강조하듯, 현재 대안에 이미 돈을 쓰고 있다면 새 대안으로 옮길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ICP를 좁히는 일입니다. 모두가 겪는 문제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특정 업종, 특정 직군, 특정 팀 규모에서만 고통이 큽니다. 예컨대 직원 20~100명 규모의 운영팀과 1,000명 규모 대기업 운영팀은 같은 문제를 전혀 다르게 처리합니다.

그래서 첫 가설 문장은 이렇게 써보면 좋습니다. “직원 20~100명 규모의 B2B 운영팀은 주문 누락을 막기 위해 메신저·엑셀 우회로를 쓰고 있으며, 매주 2시간 이상 수기 확인에 쓴다. 우리는 확인 이력과 누락 감지를 먼저 해결한다.” 이 정도면 제품 범위와 고객 범위가 함께 잡힙니다.

첫 제품 가설을 고를 때 쓰는 우선순위 매트릭스
첫 제품 가설을 고를 때 쓰는 우선순위 매트릭스

여기서 MVP는 완성품이 아니어도 됩니다. Michael Seibel이 말한 것처럼 초기 MVP는 가장 위험한 가정을 검증하는 학습 도구에 가깝습니다. 화면 한 장, 수동 운영, 알림 봇, 주간 리포트 자동 생성 정도로도 충분합니다.

이 단계는 60분 정도면 충분합니다. 인터뷰 표를 보며 문제 3개를 추리고, 그중 하나를 “누가, 어떤 순간에, 무엇 때문에, 얼마나 손해 보는가” 형식으로 다시 쓰세요.

완료 여부는 다음 기준으로 확인하세요. 첫 가설이 한 문장으로 말해지고, 대상 고객이 1개 세그먼트로 좁혀지며, 해결 범위가 한 업무 순간으로 제한돼 있으면 됩니다. 여전히 “업무 효율을 높인다”처럼 넓게 들리면 우회로를 더 잘라야 합니다.

체크리스트

  • 경쟁사 이름보다 고객의 현재 처리 방식 10개를 먼저 적었나요?
  • 각 우회로에 누가, 언제, 어떤 도구로 처리하는지까지 적혀 있나요?
  • 우회로를 사람·범용 도구·외주·미루기 네 부류로 나눠봤나요?
  • 잠재 고객 5~7명에게 최근 1개월의 실제 행동을 물었나요?
  • “쓰실 건가요” 대신 “마지막으로 어떻게 처리했나요”를 물었나요?
  • 인터뷰 메모에 시간, 비용, 빈도 중 하나 이상 숫자가 남아 있나요?
  • 같은 우회로가 최소 3명 이상에게서 반복됐나요?
  • 우회로가 깨질 때 생기는 손실이 지연, 누락, 추가 인건비 중 무엇인지 확인했나요?
  • 첫 타깃 고객을 업종·직군·팀 규모까지 좁혔나요?
  • 첫 제품 가설이 전체 프로세스가 아니라 한 업무 순간만 해결하도록 잘려 있나요?

시장 조사는 넓게 훑는 작업처럼 보이지만, 초기에는 오히려 고객이 오늘 어떻게 버티는지부터 봐야 정확해집니다. 우회로를 보면 문제의 진짜 강도와 첫 진입점이 함께 드러나고, 그때부터 경쟁사 표도 훨씬 쓸모 있게 읽힙니다.

참고한 문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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